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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관심분야/인문학

[인문학] 인문학을 활용한도덕과 교육 개선방안 연구(5)

박사학위 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 이언주 

 

나. 유학적 인문정신과 품격 있는 인간

 

동양철학적 전통에서 유학만이 인문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노자의 사상은 대자연의 무사(無私)한 운행법칙 속에서, 장자의 사상은 무사(無思) 무려(無慮)를 통해 대안적인 삶의 길을 발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폭넓게 하고 인간의 한계를 자 각하게 하여 인간을 더욱 고양시키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에서 인문정신의 고양을 위하여 가장 많은 노 력을 기울인 학문은 유학이라 할 수 있다.

 

앞서 규정한 ‘인문’의 의미로 표 현하자면, 유학은 인간을 자연상태로서의 야만성으로부터 벗어나 문명화된 방법을 통하여 인간다움을 갖추도록 하고,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 어가도록 하는 데 직접적으로 공헌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공 자의 궁극적인 관심은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 혼탁 한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성취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있었으며, 맹자 역시도 그가 추구하고 연마하고자 한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성 즉 인성 [人性]의 탐구에 있었다(이승환, 2007: 32-34). 요컨대 유학의 가장 큰 특징 은 인문적인 학문이라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유학이 담고 있는 인문정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유학적 인문정신은 인간 존재를 긍정하고 더 나은 존재로의 변화 가능성을 신뢰하며 인간의 자발적 노력과 수양과정을 통해 이상적인 인간 상에 도달하고자 한다. 『논어』에 나타나듯이 공자는 “타고난 성품은 비슷 하지만 습관에 의하여 차이가 발생한다5)”고 하여 인간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한 향상을 강조하였다. 또한『중용』에서는 ‘성[誠]’을 하늘의 도[道]로 보 고, 그것을 이루려는 노력을 사람의 도6)로 보는데 이를 통해서 수신과 수 양을 위한 자기함양과 자기성찰을 강조하였다.

 

둘째, 유학적 인문정신은 자신의 완성에서 시작하여 모든 존재의 완성 을 추구한다. 유학에서 자아수양의 최종목적은 인륜질서와 우주질서의 포섭 적 화해 속에서 자아를 구하는 것이다(余英時, 김병환 역, 2007: 136). 유학 적 전통에 있어 먼저 자기의 몸과 마음을 잘 닦은 연후에 타인과 세상을 이끌어 나갈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문정신의 특성은 『논어』와 『대학』의 ‘수기치인(修己治人)’과 『중용』의 ‘성기성물(成己成物)’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리고 유학에서 자기 수양과 반성적 노력에 힘쓰도록 함은 곧 인정(仁政)과 덕치(德治)라는 사회운영 원리로 연결된다. 무력에 의한 폭 압적 통치(力治)보다는 지도자의 덕과 교화에 의한 통치(德治)가, 형벌에 의 한 강압적 통치(形治)보다는 자연법적 근원에서 도출된 사회규범인 ‘예’에 의한 통치(禮治)가 선호되었다. 아울러 경제행위에 있어서도 도의에 위배되 는 무차별적 이윤의 추구보다는 옳음[義]과 공익[公]을 먼저 생각하도록 요 구되었다(이승환, 2007: 42).

 

셋째, 유학적 인문정신에서 인간다움의 핵심으로 ‘가치지향적인 도덕감’ 을 특징으로 한다. 맹자가 사단(四端)과 같은 네 가지 근원적 도덕감정을 들고, 이러한 도덕감정의 확충을 통하여 인간은 소인에서 대인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과 같이 유학에서는 인간다움의 특징을 ‘가치중립적 이 성’이 아닌 ‘가치지향적 도덕감’에 두었다(이승환, 2007: 36). 맹자는 이러한 도덕감을 잘 발휘하면(盡心)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되고(知性),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되면 우주․자연의 존재원리까지 알게 될 것(知天)이라고 강조하였다. ‘진심’에서 ‘지성’을 거쳐 ‘지천’에 이르는 이러한 수양의 과정은 인간의 존 재 의의를 우주의 차원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넷째, 유학적 인문정신에서는 인간다움의 격조를 끌어올린 상태로서 ‘품격’을 강조한다. 여기서 品格이라는 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 글자는 “『주역』「건괘」‘단전’의 “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雲行雨施, 品物流形”에서의 ‘品’과 『대학』의 기본원리를 설명하는 “致知在格物”의 ‘格’의 합성어(송인창․정영기, 2013: 15)”이다. 『주역』「건괘」 ‘단전’의 “乾道變化, 各正性命” 즉 “하늘의 도가 변화 하여 모든 사물의 본성과 명을 올바르게 한다(송인창․정영기, 2013: 15).” 라는 말을 참고해 볼 때, 品格에서 品의 의미는 하늘과 땅이 빚어낸 수많은 유형 무형의 사물에 내재된 이치와 가치를 뜻한다(송인창․정영기, 2013: 15). 그리고 왕양명이 격물(格物)에 관해 묻는 제자에게 “格者 正也, 正其不 正,以歸於正也” 즉 格이란 바로잡는다는 것으로, “바르지 못함을 바로잡아 바름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양명전집』권1,「전습록」상)”이라고 한 말을 참고할 때, 격물의 ‘격’의 핵심은 사사물물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이다(송인 창․정영기, 2013: 15).

 

이로써 품격이란 모종의 보편적이고 도덕적 가치를 내포하는 단어라 볼 수 있다. 품격에 관한 진립부(陳立夫)의 해석에서도 이와 같은 도덕적 의미를 내 포한다. 그에 의하면, “품격이란 말속에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데 꼭 필요 한 도덕적 규범이나 법률적 규제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陳立夫, 1981: 145-147; 송인창․정영기, 2013)”이다. 이와 같은 품격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품격 있는 인간이란 보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며 품격 있는 사회란 품격 있는 인간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 할 때 비로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품격 있는 인간이란 어떤 인간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좀 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품격 있는 인간이란 인간으로서 바람직하게 갖추어야 할 격(格)을 갖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것은 다름 아닌 ‘인격(人格)을 갖춘 인간’의 실 존적인 존재양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인격의 의미에 다가서기 위해 ‘격(格)’의 의미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진립부는 인 격과 관련되는 ‘격’의 여덟 가지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예기(禮記)』에 “말에는 내용이 있고, 행위에는 ‘격식(格)’이 있 다. 그러므로 살아서는 그 뜻을 빼앗기지 않으며, 죽어서도 그 명성을 잃지 않는다. 따라서, 군자는 많이 듣고서도 순박하게 그 뜻을 지켜 나 간다”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격식’을 의미한다.

 

2. 『후한서(後漢書)』에 “정치는 그 ‘표준(格)’을 중요하게 여긴다” 라 기술하고 있는데,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의 표준’을 의미한다.

 

3. 『당서(唐書』에 “이부(吏部)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자격고시의 제한을 두지 않고 오직 재능만 지니고 있다면, 추천하여 뽑고자 하였다.광정은 이를 징계하여 곧 ‘자격(格)’을 따르도록 하였다”라 기술하고 있 는데,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한다.

 

4. 『광운(廣韻)』에 “격(格)은 재고(度) 측량함(量)이다”라고 기술하 고 있는데,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을 측량하고 재는 것’을 의미한 다.

 

5. 방안지를 한문으로 ‘방격자(方格子)’라고 하며, 나무로 된 가로 틀과 세로 틀로 이루어진 창을 ‘격자창(格子窓)’이라 한다.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 행위의 정해진 틀’이다.

 

6. 『서경』「경명(婛命)」에 “허물을 다시 올곧게 하고, 잘못을 고 쳐, 그 잘못된 마음을 ‘올바르게 한다(格)’”라 기술하고 있는데,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의 올바름’을 의미한다.

 

7. 『서경』「요전(堯典)」에 “위․아래 모두 ‘이른다(格)’”라 하고, 주자는 『대학』의 ‘격물(格物)’을 주석함에 “격(格)은 이름(至)이다. 그 러므로, 격물은 끝까지 모든 사물의 이치에 이름이다”라 기술함을 볼 때, 인격이란 ‘인간 자신에 대한 원리와 이치에 이름’을 의미한다.

 

8. 『이아(爾雅』「석화(釋話)」에 “격(格)이란 오름이다(陞)”이라 기술하였다. 그리고 『서경』「여형(呂刑)」에 “나의 모든 말을 듣는다 면 사람들은 모두 격명(格命)이 있을 것이다”라 기술했는데, 공영달은 이 어구에 대한 설명으로 “격명은 아주 오래 사는 데까지 올라감을 말 한다”고 기술하였다. 이를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의 경계에 오르는 것으 로, 짐승과 차별 짓는 경계선이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89-90)

 

진립부는 이러한 여덟 가지 의미가 모두 『설문해자』에 “격(格)은 나 무가 자란 모양이다7)”라는 의미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으로,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인격이란 ‘인간의 단계에까지 성숙됨’을 의미한다고 보았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0). 이러한 점에서 격의 의미망을 종합해 볼 때, ‘인격’이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표준이나 법식’이라 정의할 수 있다(陳 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0).

 

그런데 ‘인격’의 의미를 ‘품격 있는 인간’의 의미와 동등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불충분하다. 왜냐하면 인격은 그 수준 과 덕의 높고 낮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격의 층위를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나누어보고, 이 가운데 ‘품격 있는 인간’이라 칭할 수 있는 인격의 상태는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진립부는 ‘인격의 계층’을 나누었는데, 그는 『사서』와 『오경』등에 나타나는 인격의 사례들을 인격의 수준과 덕의 높고 낮음에 따라 성인(聖 人), 대유(大儒), 현인(賢人), 인자(仁者), 대인(大人), 군자(君子), 성인(成人), 선인(善人), 중행(中行), 광자(狂者), 견자(狷者), 지자(知者), 유항자(有恒者), 야인(野人), 소인(小人), 비부(鄙夫), 향원(鄕原)과 같은 순서로 배열하였다(陳 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1-97).

 

여기서 진립부는 성인(聖人), 대유, 현인, 인자는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 는 이상적 인격이자 인격표준의 지고지순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대인, 군자, 성인(成人), 선인은 우리가 마땅히 실행해야 하는 인격의 표준 이며, 광자, 견자, 지자는 모두 도의 한 측면에서 이상적 인격에 도달하도록 연결시켜 주는 사다리로 비유될 수 있다고 보았다. 유항자는 우리가 당연히 구비해야 하는 정신적인 자세이며, 유항자의 위에 자리하는 인격들에 도달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야인은 우리가 그를 교육시킴으로써 덕행과 지혜가 날로 진보하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소인, 비부, 향원은 인격이 낮은 자로, 특히 향원은 가장 악독하며 거짓을 진실인 척 속여 혼란케 하며, 단지 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덕의 적이라고 설명하였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1-97).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품격’이란 말이 모종의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고, 우리가 ‘품격 있는 인간’을 떠올렸을 때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인격을 갖춘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이상과 같은 진립부의 논 의를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는 ‘품격 있는 인간’의 존재양태는 성인(聖人), 대유, 현인, 인자와 같이 이상적인 인격이자, 인격표준의 지고지순한 것으로 지향하고 우리가 마땅히 실행해야 하는 인격의 표준으로서 대인, 군자, 성 인(成人), 선인 정도의 인격을 갖춘 상태의 인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기준삼을 수 있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이 많은 이상적인 인격들 가운데 모종의 질서가 부여된 핵심적인 인격상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 점에 관련하여 진립부의 ‘성 인(聖人)-인자(仁者)-군자(君子)’의 삼자 지형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는 것이 유의미할 수 있다. 우선, 진립부는 성인과 군자에 관한 공자의 말을 인용하 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공자는 “군자는 세 가지를 두려워하니, 천명과 대인 그리고 성인의 말씀이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대인을 업신여기고 성인의 말씀을 모욕한다”라고 하였으며, “성인은 내 가 만나볼 수 없구나! 군자라도 만날 수 있으니 이것으로도 된 것이다” 라고 하였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8-99). 8)

 

이 말 속에서 군자는 성인을 경외하고 있으며, 성인의 그 수가 매우 적 다는 것이 나타나 있으며, 따라서 성인의 인격은 군자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자는 성인과 인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자는 “만일 나를 성인이거나 인자라 한다면, 내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배움을 싫증내지 않고, 남을 가르침에 권태로워 하지 않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9).9)

 

공자는 이처럼 성인과 인자 모두를 감히 자칭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인자 또한 성인에 따르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자공이 묻기를 “만약 백성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대중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입니까? ‘인(仁)’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자는 이 에 대한 대답으로 “어찌 어질다고만 할 수 있겠느냐? 그는 분명 성(聖) 하다고 말해야 한다. 요순도 오히려 자기들을 성인이 되지 못했다고 생 각했을 정도이다.”라 하였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9). 10)

그리고 군자와 인자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공자는 군자 보다 인자가 상위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자는 “인자는 인(仁)의 도리에 안심하여 인을 행한다”고 하였으 며, “군자이면서 불인(不仁)한 사람은 있지만, 소인이면서 인자(仁者)인 사람은 아직까지도 없었다.”고 하였다(陳立夫, 서명석․이우진 역, 2000: 99). 11)

 

대재(大宰)가 자공에게 “선생님은 성자이신가? 어찌 그렇지 않고서 야 그토록 많은 분야에서 재주가 뛰어나신가 말인가?”라 묻자, 자공이 “이것은 하늘이 본래부터 장차 성인으로 되시게 하였기에 재주가 뛰어 나신 것이다”고 답하였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말하기를 “대재가 나를 아는구나. 나는 어려서부터 미천하였다. 그러므로 비천한 일도 해낼 수 있었다. 군자는 여러 재주가 뛰어나야 하는가? 여러 재주가 뛰어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공자가 구이(九夷)에서 거주하고 싶다고 하자, 어 떤 사람이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시려 합니까?”고 묻자, “군자가 거주 하는데 어찌 비루할 수 있단 말인가?”고 답하였다(陳立夫, 서명석․이우 진 역, 2000: 99). 12)

 

위의 공자의 말 속에 나타난 성인, 인자, 군자의 관계를 정리해 보자면 성인, 인자, 군자의 순위로 배열할 수 있다. 공자는 자신이 성인의 위치에 있을 수 없으며 또한 인자라고 여기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군자라고 표현하 였다. 그러나 공자는 자신을 겸손하게 군자라고 나타내고 있지만, 공자는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이룬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유학적인 인간상으로 볼 때, 품격 있는 최고의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갖춘 자는 ‘성인’이다. 유학적 사유구도에서는 소인에서 벗어나 군자 의 지평으로, 군자의 지평에서 다시 성인의 지평으로 나아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그 이상적인 목표로 한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실제로 소인에서 벗어나 군자, 성인과 같은 인격 에 도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유학에서는 끊 임없이 ‘지선(至善)’에 이르려는 노력을 중요시한다.

 

즉 언제나 소인의 지평 에서 벗어나 군자의 지평으로, 다시 군자의 지평에서 성인의 지평으로 다가 서기 위한 노력은 곧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학적 인문정신의 특징으로 써 자기 수양( 己修養)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상에서 고찰한 바들을 종합해 보면, 人文은 문자적 어원으로 보았을 때 자연에 아로새긴 ‘인간의 무늬’를 의미하는 것이다. 人文이라는 글자가 단일하게 처음으로 등장하였던 『주역』에서 인문은 인간의 빛나는 무늬로, 이를 잘 관찰하여 궁극적으로 천하를 교화하여 이루도록 하는 것이라 정의 될 수 있다.

 

이 때 인문은 일종의 문명화된 방법을 통하여 자연상태와 같은 인간의 야만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인간과 삶을 변화시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가며, 궁극적으로 인간다움과 인륜의 질서가 잡힌 이 상적인 사회를 세우도록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인문의 개념과 본질을 담은 인문정신은 유학에서 잘 드러나는 데, 유학에서는 수기(修己)․함양(涵養)과 같은 자기변화의 노력을 통하여 ‘인간다움’의 격조를 최고도로 끌어올리고자 하였고, 자기의 몸과 마음을 잘 닦은 연후에 타인과 세상을 이끌어 나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 문정신의 특징을 파악해 볼 수 있다.

 

특히 자기 수양을 통하여 소인의 지평에서 군자의 지평으로, 나아가 군 자의 지평에서 성인의 지평으로 나아가고자 하였던 유학적 사유구도는 오 늘날 우리 인간이 품격 있는 인간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 로 되기 위해 지선에 이르려는 노력과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 줌으로써 오늘날에도 함의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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