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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관심분야/인문학

[인문학] 인문학을 활용한도덕과 교육 개선방안 연구(8)

박사학위 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 이언주

 

가) 이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인간적인 학예

 

키케로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변론가(Oratóre)’를 꼽는다. 키케로는 ‘변론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변론가는 언론에 의해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어떤 주제를 소화하 더라도, 그 주제를 총명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배열에 빈틈없고 시상과 문구에 공들이고 기억에 잘못이 없어야 함은 물론, 구현(口現)과 구연 (口演)에도 위엄이 따르게 말하는 자이다(Cicero, 전영우 역(2013: 40), 『연설가에 대하여』제1권15장).

 

이상적인 변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주제를 소화하더라도, 그 주제 를 총명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키케로의 기본 생각이었다. 따라서 키케로는 이상적인 변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모든 지식, 학예의 모든 지식을 획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되었던 중요한 모든 지식, 학예의 모든 지식을 획득하고 있지 않으면 모든 장점을 갖춘 변론가가 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만반의 인식에 의해서만 변론이 화려하게 장식되고 풍부하게 내용이 넘 쳐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대상이 되는 사항을 변론가가 완전히 파 악 인식하지 못하면, 변론은 말하자면 짜임새가 허술해지고 어린아이 같은 발언에 머물기 쉽다(Cicero, 전영우 역(2013: 40), 『연설가에 대하 여』제1권 제6장).

따라서 키케로는 이상적인 인간으로서 변론가가 되기 위해 습득해야 할 구체적인 요소 및 훈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시인의 시를 읽고 역사를 알고 유익한 모든 학예의 학자, 저자들의 저작을 숙독 내지 정독하고 훈련을 위해 이것을 기리고 해석하고 정확 히 비판하고 반박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모든 사항에 대해 평소에 찬부 양론을 논할 수 있게 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개연적이라 생각하 는 주장을 도출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Cicero, 전영우 역(2013: 78), 『연설가에 대하여』제1권36장).

 

위의 키케로의 언급에서 보듯이, 그는 이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시를 읽어야 하고, 역사를 알아야 하며, 유익한 모든 학예의 학자, 저자들의 저작 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물론 『De Oratóre』에서는 그 제 목이 상징하듯이, ‘변론가(Oratóre)’, 즉 연설과 변론, 웅변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수사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내용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런데 위 의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수사학의 훈련을 위해서는 “이 것을 기리고, 해석하고, 정확히 비판하고, 반박해 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덧 붙이고 있는 점이다. 즉 변론가가 되기 위해서 시나 역사, 문학 등의 수사 학적 학예를 섭렵함과 동시에, 그것을 기리고, 해석하고, 정확히 비판하고, 반박해 보아야 한다고 함은 그가 수사학과 더불어 ‘철학’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요컨대 키케로가 시나 역사, 문학 등의 학예를 공부함에 있어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능동 적인 인식 주체가 되어 이해하고, 해석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는 부 분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키케로는 철학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누구도 인간의 본성이나 그 윤리적 성격, 그 행동 원리에 대한 투 철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변론에 의해 청중의 정신을 혹은 선동 하고 혹은 진정시키는 일이 불가능하고, 변론가의 역량과 위대함은 특 히 이 점으로 인정받는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변론가는 당연 철학을 배우고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철학 연구에 가장 재능이 풍부하고 가 장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일 망정 전 생애를 걸어왔다는 사실을 우리 도 알고 있다. 그 같은 사람들의 풍부한 지식과 위대한 학술을 나는 결 코 소홀히 할 수 없고, 그것만이 마음으로부터 찬탄하는 뜻을 새기게 된다. 이 국민 가운데 있고 이 포럼 가운데 몸을 둔 우리에게 인간의 성격에 관해, 인간의 성격과 동떨어지지 않은 사상을 알고, 더구나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Cicero, 전영우 역(2013: 110), 『연설 가에 대하여』제1권51장).

 

키케로는 특히 철학은 세 분야, 즉 매우 희한한 자연의 연구, 정치된 논증법의 연구, 그리고 인간의 삶과 윤리의 연구 등 세 분야로 나뉘는 것인 데, 앞의 두 분야는 포기하고 다만 제3의 분야는 항상 변론가 고유의 분야 였고 이것을 사수해야 변론가가 위대하게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인간의 삶과 윤리라는 이 주제에 대해서만큼 그 전체를 변 론가는 완벽하게 배우고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밖의 분야에 속 하는 사항은 가령 배우고 알지 않아도 필요할 때 그에 따른 정보가 획 득되고 전수되면 변론 기술에 의해 시상과 문구가 풍부해 다양하게 말 할 수 있게 된다(Cicero, 전영우 역(2013: 41), 『연설가에 대하여』제1권 15장).

 

여기서 키케로가 생각한 진정한 철학은 제3의 분야 즉 ‘인간의 삶과 윤 리라는 주제’에 대한 철학이며, 다른 철학 분야들이 배우고 알지 않아도 정 보가 획득되면 잘 말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의 삶과 윤리에 관한 주제는 반 드시 필수적으로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리고 키케로는 인간의 삶 전체는 철학에 의해 교정 받고 지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학에 의해서 삶 전체는 교정 받고 지도되어야 한다. (중략) 삶의 지도자인 철학이여(O vitae philosophiae dux), 덕의 탐구자요 악덕의 방어 자여(o virtutis indagatrix expultrixque vitiorum!), 철학 없이 우리 자신을, 우리의 삶을 도대체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고(하략)(키케로, 안재원 역 (2009: 153)『투스쿨룸의 대화』제5권5장).

 

이러한 키케로의 견해 속에는 이상적인 인간을 기르기 위해 수사학과 철학을 조화 내지 통합시키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키 케로는 말과 지혜의 분리 문제를 “마치 혀와 심장을 분리하는 것과 같은 저 이상하고 백해무익한, 그래서 비난 받아 마땅한 분열”이라고 설명한다 (『연설가에 대하여』제3권 61장, 안재원 역, 2014: 161). 아울러 이상적인 인간으로서 변론가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에 있어, 수사 학, 철학뿐만 아니라 역사, 심리학, 정치학, 법학 등의 전반적인 인문학을 언급하였다. 키케로는 『연설가에 대하여』에서 크라수스의 입을 빌려 다음 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러자 크라수스가 입을 열었다. “아니 이것 참! 참으로 놀라지 않 을 수가 없습니다. 스카이볼라여. 아니 선생도 제가 소위 수사학 교사도 아니고 제가 설령 수사학에 대한 지식을 꿰뚫고 있다 할지라도 그 지식 들이 선생의 지성과 선생의 귀에 어울릴만한 품위와 고상함을 갖춘 것 도 아닌데, 이에 대해서 듣고 싶으시다니 말입니다.” 이에 스카이볼라가 맞섰다. “자네 무슨 말을 하는겐가? 이제는 일반화되었고, 아니 이를 넘 어서서 진부해지기까지 해 버릴 정도로 넓게 퍼져 버린 수사학에 대해 서는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은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네의 생각이라면, 그렇다면 연설가라면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자네 가 말한 것들에 대해서까지 역시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인륜(人倫)에 대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일어나게 하고 가라앉히는 방법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상고(上古) 시대에 대해서, 국정을 돌보는 일에 대해서, 심지어는 시민법에 대해서 조차도 무시해도 되는 것들인가? 내가 알고 있기로 이러한 주제에 대해 서 해박한 지식과 전체를 아우르고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이가 바로 자 네일세. 연설가의 기술을 담아놓은 연장함에서 이토록 빛나고 뛰어난 연장을 나는 결코 본 적이 없기 때문일세(Cicero, 안재원 역(2009: 154-155), 『연설가에 대하여』제1권36장).

 

요컨대, 이상적인 인간으로서 변론가가 습득해야 할 것으로 키케로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들은 수사학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 심리학, 정 치학, 법학 등으로 이러한 학예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인간적 인 학예(ars)들이다. 이러한 학문들은 교양 있는 이상적인 인간에게 있어 하 나라도 없어서는 안될 학문들이었다. 이와 같이 키케로가 중요하게 여겼던 학문의 핵심에는 ‘인간’과 ‘인간됨(humanitas)'이 놓여 있었다. 이러한 키케로 의 견해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과 인간됨이 그 중심에 서 있는 학문으로서 인문학의 원형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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